2025년 회고
어느덧 2025년도 거의 다 지나갔으니 회고를 해볼까 한다.
올해는 연애하면서 처음으로 1주년도 맞이했고, 이직도 했고, 이사도 했고, 이별도 했고, 장례식도 치뤘고, 올해 작혼 금탁도 갔고, 방송대 복학도 하고, 그리고 2022년 이후로 처음으로 아는 언니들 공연을 갔다. 올해 아는 언니들 후기만 적기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냥 회고로 퉁치기로 했다. 나에게 아는 언니들은 친구들이 있는 합창단이지만, 동시에 새롭다. 나에게 어떤 퀴어성은 인권단체에 있는 투쟁적인 단어인데, 아는 언니들은 그렇지 않다. 조금 더 부드럽게 사랑을 노래한다. 실제로 상근하시는 분들은 다를 수도 있겠다만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러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공연 잘 보았다는 인사를 건내다가 친구가 내년에 단원이 되보는 거 어떻겠냐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는데 진짜로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침 동아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노래는 못하지만 합창이니까, 혹시라고 공연에 서게 된다면 주변에 잔뜩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 뭐가 되었든, 내년엔 아는 언니들 단원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 올해는 건강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았는데, 하나 둘 관리해야한다고 느끼고 있다.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되었나 싶은데, 아무렴 어떠한지, 지금이라도 관리하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혈압이 심하진 않지만 있는 편인데 종종 굉장히 일하면서 심하게 혈압이 올랐다고 느낄 때가 있다. 예전보다 건강 상태도 나빠지고 있고, 수치적으로 악화하고 있으니 이참에 겸사겸사 관리해야지.
올해 목표는 건강으로 삼았던 것 같은데 나름 지켰다고 생각은 한다. 정신적으로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것 같고, 그래도 관리를 꾸준히 했으니까.? 현상 유지 측면에서 본다면 나름 건강히 지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롯데 야구 보기 시작했는데 그건 완전 도파민 중독, 좋은데 나쁘다.
요근래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생각보다 내가 겁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무서워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그게 익숙하지 않거나 예전에 겪었던 일련의 사건으로 무서워 하지만, 막상 닥치면 또 그저그런대로 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물론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이게 불편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것이 내가 현재를 사는데, 지금의 느낌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불편과 두려움을 견디는 연습을 하고 있고,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원래는 인생의 선배들에게 토로하는 식으로 해결했었는데 언제까지나 그럴 수 없고, 각자의 사정으로 지금은 그러기 힘든 상황이라 이제서야 비로소 그런 불편과 두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편과 두려움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느낀다는 그런 식의 설명을 참 좋아하는데 지금 상태가 딱 그렇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선배들이 아닌 인생을 선배 삼아 나아가 보기를 기대해본다.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요새 들고 있다. 내가 살면서 적는 글은 크게 업무적 글과 수필로 나뉘는데 뭔가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해 말 어쩌면 내년에는 시를 써보자! 라고 다짐했다. 랩을 좋아해서 그런 수준의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생각보다 그 정도 수준은 쓰기 어려웠고, 조금 더 가볍게 몸의 힘을 빼고 써보기로 했다. 수필을 쓸 때처럼, 수필도 업무적 글도 별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쓰진 않고 있다. 그저 응당 있어야할 자리에 있으면 좋겠는 단어들을 채워넣고 있다. 시도 그렇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일단 그렇게 써보고, 퇴고하고 그렇게 많이 쓰고 읽으면 적어도 지금 수필 쓰는 만큼 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의 전반적인 느낌은 왜 나에게 안정이 필요한지, 고민과 불안을 흘려보내야 하는지, 건강을 챙겨야하는지, 일정량의 현금이 필요한지, 어른스러움이 뭔지 같은 이유들과 동기들을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질투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부러워하고, 외로워하고, 불안해했던 모든 순간, 모든 존재들이 사실 나로 인한 거였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 모두 올해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기가 이룬 부분은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이루지 못한 것은 재능이라고 생각한다는데 사실 이 모든 것이, 내가 이루고 가진 것들이 모두 재능 또한 관여하는 문제였다면, 조금 더 겸손하고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좀 더 덜 불안하고 좀 더 눈치를 안 보고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올해도 무사히 잘 보낸 나를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면서 그렇게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해본다.